[노동법률]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는 여러 국가는 신고의 근본적인 목적을 '피해자의 자기 보호'에 두고 있다. 신고를 통해 가해자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가해행위를 중단시켜 피해자가 더 큰 괴로움을 겪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이미 중단된 괴롭힘이나 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괴롭힘에 대해서는 신고를 제한하는 국가들이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괴롭힘을 겪고 있는 재직자의 신고만 인정해 주거나(호주 등), 사건 발생 후 6개월 이내의 신고만 인정해 주는 곳도 있다(아일랜드 등). 행정기관에 신고하기 이전에 반드시 사업장 내 신고를 거쳐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뒤 적절한 신고로 인정돼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퇴사자의 신고가 제한되는 국가도 있다(벨기에 등).
우리나라는 아직 신고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재직자와 퇴사자 모두 신고할 수 있으며, 마지막 가해행위 발생 이후 수년이 지난 사건도 신고할 수 있다. 신고인이 보호받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정책의 근본적인 의의를 훼손하는 신고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중 퇴사자의 신고는 재직자의 신고에 비해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건 진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신고
퇴사한 이후에도 가해자가 괴롭힘을 이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퇴사 후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지난 후에 신고를 접수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신고가 접수되면 진상 파악이 어려워진다.
신고를 접수하는 피해자 중 사건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경우는 드물다.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도 모호하다. 필자가 접한 사례 중에는 퇴사한 지 5~6년 지난 퇴사자가 퇴사한 사업장에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기 이전의 일을 법령 시행 이후 신고한 것이다. 이런 경우 보편적으로 신고가 인정되지 않지만, 해당 사업장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노무사나 변호사에게 자문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주가 기본적인 준법정신은 갖춘 사람이었는지 신고를 접수해 내부적으로 처리하고자 했지만, 사건이 너무 오래된 탓에 피신고인은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고, 목격자도 찾을 수 없었다. 내부 직원이 자체 조사를 했지만, 조사에 전문성이 없었고 신고인은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사업장은 조사를 포기하고 피신고인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으나, 피신고인은 사건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사과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신고인은 이후에도 한두 번 더 피신고인을 신고했으나, 마찬가지로 조사에 임하지 않아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다만, 사과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신고인은 회사 눈 밖에 나고, 결국 퇴사를 선택하게 됐다.
당시 사건의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괴롭힘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없다. 가해행위가 있었더라도 중단된 지 오래됐으므로, 신고인이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또한, 신고인이 사건 조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반복 신고한 상황은 오히려 신고인이 제도를 이용해 피신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노동법률]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는 여러 국가는 신고의 근본적인 목적을 '피해자의 자기 보호'에 두고 있다. 신고를 통해 가해자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가해행위를 중단시켜 피해자가 더 큰 괴로움을 겪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이미 중단된 괴롭힘이나 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괴롭힘에 대해서는 신고를 제한하는 국가들이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괴롭힘을 겪고 있는 재직자의 신고만 인정해 주거나(호주 등), 사건 발생 후 6개월 이내의 신고만 인정해 주는 곳도 있다(아일랜드 등). 행정기관에 신고하기 이전에 반드시 사업장 내 신고를 거쳐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뒤 적절한 신고로 인정돼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퇴사자의 신고가 제한되는 국가도 있다(벨기에 등).
우리나라는 아직 신고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재직자와 퇴사자 모두 신고할 수 있으며, 마지막 가해행위 발생 이후 수년이 지난 사건도 신고할 수 있다. 신고인이 보호받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정책의 근본적인 의의를 훼손하는 신고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중 퇴사자의 신고는 재직자의 신고에 비해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건 진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신고
퇴사한 이후에도 가해자가 괴롭힘을 이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퇴사 후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지난 후에 신고를 접수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신고가 접수되면 진상 파악이 어려워진다.
신고를 접수하는 피해자 중 사건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경우는 드물다. 사건이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도 모호하다. 필자가 접한 사례 중에는 퇴사한 지 5~6년 지난 퇴사자가 퇴사한 사업장에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기 이전의 일을 법령 시행 이후 신고한 것이다. 이런 경우 보편적으로 신고가 인정되지 않지만, 해당 사업장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노무사나 변호사에게 자문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주가 기본적인 준법정신은 갖춘 사람이었는지 신고를 접수해 내부적으로 처리하고자 했지만, 사건이 너무 오래된 탓에 피신고인은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고, 목격자도 찾을 수 없었다. 내부 직원이 자체 조사를 했지만, 조사에 전문성이 없었고 신고인은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사업장은 조사를 포기하고 피신고인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으나, 피신고인은 사건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사과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신고인은 이후에도 한두 번 더 피신고인을 신고했으나, 마찬가지로 조사에 임하지 않아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다만, 사과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신고인은 회사 눈 밖에 나고, 결국 퇴사를 선택하게 됐다.
당시 사건의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괴롭힘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없다. 가해행위가 있었더라도 중단된 지 오래됐으므로, 신고인이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또한, 신고인이 사건 조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반복 신고한 상황은 오히려 신고인이 제도를 이용해 피신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